steven

테트리스

같은 판을 여러 명이 치고 있다. 누군가의 블록을 지우는 속도가 빨라졌다. 나머지도 따라가야 한다. 빠른 사람이 남긴 구멍 위에 다른 사람이 블록을 올린다. 구멍이 뭔지는 모른다. 빠르니까 안 보인다. 줄은 지워지고 있으니까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. 구멍은 점점 깊어진다.

속도를 늦추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. 블록을 쌓고 있는 건 내가 아닌 AI니까.

결국 게임오버 창이 뜬다. 너덜너덜해진 신경과 함께.


어차피 모든 게임은 끝난다. 그걸 알면서도 빠르게 끝낼 필요가 있었을까. 블록을 빨리 떨어뜨리는 것보다, 지금 이 판이 어떤 모양으로 가고 있는지 한 발 물러서서 보는 일이 먼저였을 거다.

구멍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에서 생겼다.